도망칠 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 외에, 검술과 몸 쓰는 일에는 능한 사람. 전투에 있어서는 뱀처럼 행동하며 모든 것들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을 가진 이.
록시를 향해 모든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노력을 했는가. 천재는 무엇을 해도 다 계획이 있노라고. 아비가엘은 웃으며 말했다. 내 동생은 머리도 똑똑한데 몸도 잘 쓰려고 하지. 이거 때문에? 그런 아비가엘의 말에 록시는 웃으며 답했다. 그걸 다 알았으면 내가 신이겠지요. 하고 말이다.
모든 이들에게 천재로 알려져있는 록시이나 당연하게도 그는 천재가 아니었다. 노력형 인재라고 하자. 어릴적부터 아주 열심히 노력하여 누가 보아도 감탄할 만한 기술, 그리고 전술들을 생각하고 몸으로 움직인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고, 지금도 그러 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었다. 그는 여전히도 그러기 위해서 귀족의 검술이 아닌 것들을 몸으로 받아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길거리에 나돌아다니는 용병들이 쓰는 기술도 마다하지 않았고, 그를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있기도 했다. 그와 가끔, 여전히 대련을 하는 기사들이 말했다. 해가 지날수록 더 예측할 수 없는 공격들을 해온다며 말이다. 그것이 그의 검술에 대한 평가였다.
능글거리는
그의 성격이 아무리 변했다고는 하지만 사람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것을 뒷받침 하는 것이 여전히 능글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흘리고, 말을 하고 있는 저 록시 V. 헤인즈의 모습이었다. 당연하게도 토벌대의 사람들에게는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 가면을 쓴다거나, 거짓을 말한다거나. 당연한 일이었다. 6년간 함께 지내오면서 보일 꼴, 안 보일 꼴을 다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건 정말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그를 바꾸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여전히 능글거렸지만.
자신의 그 능글거리는 성격이 아무튼 어디든지에서도 잘 통한다는 것을 아는 록시는 그를 부러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천연덕스럽게 굴었다. 나는 마치 처음부터 이런 사람이었다는 듯이 말이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30여년을 그리 살아왔는데 그게 거짓은 아니니까 말이지. 그래서 그냥 그렇게 행동하기로 했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행동했다. 참 사람 좋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다가가서 말을 걸었고, 웃었고, 그리고 가끔 친해지는 사람도 있었다. 편지를 주고 받기도 했었던가, 그건 모르겠다. 저는 토벌대원이니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으니까.
여전히도 누군가는 말했을 수도 있다. 관심이 없으면 제발 그렇게 신경써주는 척 하지 말라니까. 능구렁이 같은 인간아. 그렇게 말을 하면 록시는 또 똑같이, 제 가족에게 했던 것처럼 웃으며 말했다. 아니, 가족에게 말하는 것 보다 더 편하게, 그리고 더 담백하게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러다가 진짜 사랑에 빠질수도 있지 않나? 누가 들어도 절대 믿지 않을 말들을 쉽게 뱉어내고, 또 쉽게 웃었다. 그것이 바뀐 록시의 모습이었다.
장난스러운
록시라는 인간과 장난이라는 것을 쉽게 매칭해두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없었어야만 했다. 지금까지 그렇게 지내왔으니 당연히 그렇게 되었어야 했는데. 많은 다양한 이들과 부대끼면서 살게 하는 것은 많은 변화를 이루게 만든다. 그 중 하나가 장난스러운 성격이 생겨나게 된 것이었다. 마치 그것이 처음부터 록시라는 인간을 만들고 있었다는 듯 자연스러운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대체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는 것들을 듣고 오는 것인지 몰랐다. 이상한 아저씨 개그 같은 것들. 정말 웃기지도 않을 개그들을 어디선가 주워들어서는 그것을 가끔 장난치는 것에 써먹는 사람이 되어버린 마당이었다. 진짜 재미도 없고, 유치하고, 듣는 사람은 가끔 짜증이 날 정도의 재미없는 말장난들을 말이다. 진짜 싫다. 그에 시달리는 것은 결국 함께 생활하고 있는 토벌대원들이었다. 진짜, 진짜 너무 싫다! 그렇게 말하면 록시는 웃기만 했다. 아니, 왜 싫나? 난 이렇게 재미있는데.
물론 진짜 재미가 있는 건 아니다. 이해도 못하고 그냥 말하는 것이다. 제가 모르던 것을 접하게 되니 그냥 즐거울 뿐이었다. 그게 비록 다른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것에 일조한다 하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기분이 좋으니 됐지 않나. 여전히 이기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결국 이런 것들은 제 안에 남아있었다. 그래도 가끔 웃길 때도 있다고, 힘들 때는 그 중 하나 터지면 참 다행이다 싶은 상황도 이었다. 장난스럽지만 이제는 배려도 할 줄 알았다. 정말 힘들 때는 그런 건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에 입을 닫았고, 필요할 때만 그리 행동했다. 눈치도 있긴 하지. 그렇게 머리를 굴리고 생각하라는 소리를 했는데.
차분한 예민함
한 때 그가 예민한 이유는 교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면, 지금 그가 예민한 이유는 상황 때문이었다. 예민하지 않으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들에 놓여있는 자신과 토벌대원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부러 예민함을 지우지 않았다. 장난스러움에도 놀래키는 상황을 연출하지 않는 이유가 그러했다. 예민했기 때문에. 예민하니까 그랬다. 작은 변화든 큰 변화든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그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6년전이라면 아주 들들볶아서 잔소리를 하던 무슨 말을 하던 했을텐데. 지금은 그냥 그냥 넘어갔다.
차분해진 것은 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아마 나이가 더 들었기 때문이겠지. 게다가 어깨에 지고 있던 가주라는 자리도 내려놓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는 록시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나이가 들었고, 가주 자리도 내려놓았다. 주변의 가십거리들을 생각하는 대신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것들에 대해서 신경쓰기 시작했다. 부상이라던가, 동료의 부재라던가,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죽음까지도…
그리고 그것들을 예민하게 신경쓰는 것에서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누가 화를 내도 그렇구나, 욕을 해도 그렇구나. 그렇지만 제 머리위에서 날아오는 공격들은 예민하게 반응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랬다. 참, 자신은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실수하지 않나? 싶지만. 실수보다는 오히려 달려드는 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저돌적인
야 이 인간아! 누군가 소리를 치면 록시는 자연스럽게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린다. 6년을 생활하는 토벌대 속에서는 익숙한 일이었다. 귀를 막고, 인상을 찌푸리고, 아이고 귀야… 하고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는 것. 다만 상태는 좋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그것이 록시 V. 헤인즈의 모습이었다.
항상 뒤에서 머리와 눈을 굴리고 상황을 파악하던 사람이,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막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앞뒤 빠꾸도 없이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만 한다는 소리였다. 뒤로 돌아가기라는 것은 그의 인생사전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몸을 막 쓰나, 싶으면 맞는 말이다. 그래서 막 쓴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아서 그냥 막 썼다. 그러면 어김없이 잔소리가 들려오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만두겠는가.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것을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실력이 되었다. 아니, 그렇게 자신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능력은 총을 사용하는 것. 인공 에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를 보완하기 위해서 검술 훈련도 빼먹지 않고 노력했다.
근데 그게 하필 이런식으로 작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 검술과 총을 함께 사용하는 전투 방식을 제가 익히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나? 원망할 사람도 없다. 아니 그것보다 원망할 이유가 없었다. 제가 좋아서 하게 된 것들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이니까. 그냥 자처한 것이나 다름 없는 노빠꾸 인생이 되어버린 거다! 그럼 결국 제가 의도한게 되는데. 아니다, 우연이다. 하지만 누가 믿어 주긴 할까. 여전히 몸 아끼지 않고 달려드는 모습을 보게 되는것을.
하얀 색의 단조로운 방패를 붉은 뱀이 감싸고 있는 문양이 대표 문양인 후작가로 현재의 가주는 아비가엘 L. 헤인즈.
처음부터 그 가문이 페르비오스 제국의 후작 가문으로 존재하던 가문은 아니었다. 자작에서 후작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떠도는 소문으로는 … (중략) … 아무튼 지금은 가주의 자리에 록시라는 인간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았다. 3년전 갑작스럽게 그는 가주직을 내려놓겠다 선언하며 자신이 토벌대에 징집되어 있는 동안 자리를 지켜준 제 누이, 아비가엘 L. 헤인즈에게 모든 자리를 건네주고 다시 토벌대로 떠났다.
아비가엘 L. 헤인즈는 전 가주인 록시 만큼이나 일을 잘 했다. 그 동생에 그 누나라고. 아무튼 가족은 가족이라는 말들이 꼬리표처럼 붙어있었다. 록시는 그러한 제 누님을 그리 표현했다. 나보다 더 하면 더 했지, 절대 덜 할 사람은 아니라고. 모든 것이 그럴 것이라 그랬다. 그러니까, 성격이든, 일 처리 능력이든…
그리고 록시의 말에 힘을 실어주는 듯이 아비가엘의 행동은 전혀 그와 다를 것이 없었다. 모든 일 처리도 완벽하게 그와 비슷했고, 물론 성격 역시 비슷했다. 그러니까, 이제는 달라지기 전의 록시라고 할 수 있었다. 딱 서른살의 록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보다 조금 더 무르긴 하지만.
그래도 영지인들은 그를 반겼다. 록시라는 인간보다 아비가엘이 가주로 있을 때가 더 숨통이 트였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했고, 또한 록시의 변화를 좋아했다. 이제는 록시가 휴가를 내고 왜 오지 않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는 글들이 그의 편지에 있었다. 참 웃기지, 인간이란… 내가 가주일 땐 오지 말라 빌었으면서. 이젠 오라고 성화야. 허나 록시 역시 그를 반겼다. 다음 휴가가 생기면 내려가봐야지, 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일정량의 마력을 이용하여 마력 탄환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이는 인공 에스트로 만들어진 총을 사용해 발사하여 사용할 수 있다. 인공 에스트로 만들어진 총에는 탄환을 넣을 수 있는 탄창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쥐고 있는 총에서 바로 탄환을 만들어 사용한다.
가끔 말을 하려고 시작하기 전에 제 관자놀이를 짚은 채 말을 고민하는 듯한 모습을 종종 보이기도 한다. 혹은 제 관자놀이를 톡톡 두드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행동 이후에 나오는 말들은 그다지 좋은 것들이 아니기도 했다. 또한 큰 고민이 있을 때는 관자놀이를 짚은 채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것이 습관처럼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많이 고쳤다고 한들, 오랫동안 해왔던 것들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게 정말 누구라도 내려다보는 듯한 행동이 가끔 튀어나왔다. 습관 아닌 습관들은 당연하게도 안 좋다는 것을 알기에 고치려고 하지만, 여전한 것은 여전한 것이라고. 모두 동등하나, 가끔씩 자신보다 낮은 곳에 위치하는 사람으로 보는 습관이 남았다.
웃을때는 언제나 입을 가리고 웃었다. 마치 무언가 뒷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웃고 있지만, 진짜 그런 일들을 꾸미는 일은 잘 하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그는 오히려 대놓고 무언가 하는 편이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런 웃음을 지을 때 몇 몇은 얼마 뒤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물론 죄다 장난이었지만…!
최근들어 이상한 말장난에 빠져있다. 그러니까 정말 이상한 것들 말이다. 아저씨 개그 같은… 소가 올라가면 소오름, 그런 것들. 정말 그만 좀 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다. 왜인지는 모른다. 다 사람이 변해서 미쳐버렸거니, 하는 말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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