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LINE

우리를 공포의 대상으로 보겠다면, 그 공포가 되어주지.

록시 바이올렛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 외에, 검술과 몸 쓰는 일에는 능한 사람. 전투에 있어서는 뱀처럼 행동하며 모든 것들을 꿰뚫어보는 듯한 눈을 가진 이. 


 … 라는 소문은 이제 필요 없다. 아니,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공포의 대상이 되어버린 알레아에게 무슨 소문이 있던 무슨 상관이랴. 그것이 자신들의 이미지를 상쇄시켜주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모든 것을 꿰뚫어본다고 한다면 그를 공포로 여길 것이고, 전투에 능하다 하면 그를 공포로 여길 것이다. 몸을 쓰는 일에 능하다고 하면 그 마저도 공포로 여길 것이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다. 그래서 록시는 자신의 소문에 대해서 이따금 듣기 싫다는 듯 행동하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천재, 라고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그 자리에 올라가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 자신의 머리색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아버지의 소리에 머리 색을 바꾸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원래 머리색도 버리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라를, 제국을 위해서 제 몸 아끼지 일을 했더니 돌아오는 건 공포와 혐오와, 불쾌하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이다.

 웃기지 않은가. 누구 덕분에 그리 평화롭게 살고 있는데. 누가 그들의 평화를 지키고 있었는데. 황제가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시민들이 그렇게 생각하기에 그에서 등을 돌렸다. 제국은 여전히 자신들을 놓지 않았고,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황제만을 올바르다 말했다.


 알아주지 못한다면 알지 말라고 해. 처음에는 노력했으나 나중에는 포기했다. 해탈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수용 하지는 않았다. 그저 포기일 뿐이었다. 이해하기를 바라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그냥 포기하는 것이지. 그는 황제에 대한 믿음도, 사람에 대한 믿음도 버렸다. 잘 해줘도 돌아오는 것은 칼날일 뿐이었다.


차분한


 언제부턴가 가라앉은 그의 성격은 차분한 것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니냐고 누군가는 말했으나 다른 이들은 그를 부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알아듣고 싶지 않아서 일지도 몰랐고, 그러지 않기를 바라서였을지도 몰랐으며, 그냥 정말로 차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몰랐다.


 록시는 보이는대로 말을 하자면 차분해진 쪽이라 할 수 있었다. 전처럼 장난을 치지도, 그렇다고 자신의 감정을 대놓고 보이며 소리를 높이거나 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전보다 더욱 차분해진 탓에 오히려 지금의 상태가 제일 어른스러운 상태라고 할 수도 있었다. 누가보아도 어른이라는 느낌을 보이긴 했다, 그런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몰랐다. 

 반응은 언제나 똑같았다. 누가 화를 내도 그렇구나, 욕을 해도 그렇구나, 머리 위에서 무언가 날아다녀도 그렇구나… 차분한 것 보다는 오히려 관심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는 쪽이라고 해야할지도 몰랐지만, 남들 눈에는 차분해진 사람으로 보일 뿐이니 어쩌랴. 그렇다면 차분한 것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많은 생각들을 하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아니면 그렇게 머리를 쉬는 일도 자주 하곤 했다. 차분함과 함께 여유로움도 어쩌면 따라왔을 지도 몰랐다. 여유라기 보다는 이 또한 무관심의 끝이겠지만서도. 




감정이 절제된


 정확하게는 감정을 억눌렀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모든 감정을 마치 표현하면 안 되는 사람처럼 굴고 있다는 소리였다. 무슨 기분을 느껴도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 모습을 보이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감정을 절제가 아니라 아예 도려낸 사람처럼 말이다.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 또한 록시의 선택이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변할 수 있는 계기나 원인이 있다면 쉽게 변한다. 그에게 있어서는 두번째였다. 계기라던지, 이유라던지. 그런 것들이 나타난 것이 두번째라는 소리였다. 처음 변화도 6년전… 아니지, 어쩌면 10년전일지도 몰랐다. 아무튼 그 옆에 있던 토벌대원들의 영향이 있었다는 소리였다. 

 그러면 이번에는? 세상의 변화가 문제이겠지. 자신을, 알레아를 바라보는 시선에 혐오가 아닌 공포가 담기기 시작하면서 그 당당하고 뻔뻔하던 이가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일지도 몰랐고, 아니면 의외였을 지도 몰랐다. 세상의 눈 따윈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던 사람이 그걸 신경쓰고 있었다는 소리였으니까. 쉽게 웃고, 쉽게 화를 내던 사람은 쉽게 웃지도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감정을 절제했다. 꾹꾹 눌러 담아두고 속에서 삭혔다. 누군가에게는 답답할 수 있었음에도 그 고집을 꺽지 않았다. 




저돌적인


 야 이 망할 인간아! 누군가가 또 소리를 치면 록시는 이제 익숙하다는 듯이 귀를 막기만 했다. 12년을 생활하는 토벌대 속에서 일어나는 익숙한 일이었다. 귀를 막고, 멍하니 있다가 손을 내린 채 다시 아무일 없이 자신의 할 일을 하고… 가끔 투덜거리는 말과 같은 불평을 중얼거리기는 했지만 이젠 그 마저도 없어진. 그저 아무렇지 않게 또 같은 일을 반복하는 상태인 것. 그것이 록시 바이올렛의 모습이었다.


 뒤에서 머리와 눈을 굴리고 상황을 파악하던 이가, 익숙해진 채 막 나가다가, 이젠 아예 앞선에 서기도 했다. 앞뒤 빠꾸도 없이 그냥 앞으로 나아가는 건 별 반 다를게 없어졌긴 했지만, 뒤로 돌아가기라는 것이 생겼다가 다시 사라진 사람처럼 굴었다. 그래서 몸을 막 쓰나 싶으면, 이젠 그런 이유는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에 대해서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전에는 몸을 생각하기도 하면서 생활했지만, 지금은 글쎄… 별로 생각이 없는 듯 굴었다. 살아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억지로 바라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행동했다. 감정을 절제하기 시작한 뒤 부터 그런 행동은 더욱 가감없이 행했다. 어김없이 잔소리가 들려오긴 하지만… 그 마저도 이젠 무시했다.

 게다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실력으로 아예 갈고닦아 버렸다. 전에는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면, 이제는 자신이 의도한 짓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이능력은 총을 사용하는 것. 인공 에스트로 만들어진 총이 존재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제는 사용하는 검 마저 에스트로 바꾸었다. 자신의 실력도 올리고, 익숙한 것을 쓰면 좋으니까.


 근데 그게 하필 이런 식으로 작용할 줄은… 알았지, 그래. 알면서도 그렇게 했다는 소리였다. 검술과 사격을 함께 사용하는 전투 방식을 고집했다. 일부러 그랬기에 원망할 사람도 없었다. 아니 그보다 원망할 이유도 없었다. 누가 말려도 자신이 그렇게 하겠다는 듯이 행동했으니까. 그냥 자처한 것이었다. 노빠꾸 인생이었다. 자신의 목숨 마저 그 저울위에 올려버리는 그런 인생! 




다정스러운?


 그를 다정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에게도 관심이 없고, 누구에게도 웃어주지 않는 그를 누가 다정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누구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있는 척 굴지 않았다. 정말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그렇게 행동하기로 했다. 괜한 짓은 하지 않으며, 괜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정말로 괜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토벌대원들에게 다정했다. … 다정히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라는 것이 더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같은 처지의 같은 사람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 지내오고, 목숨줄을 서로 구해주고, 구하기도 했던 이들. 든든한 동료이자 친구. 그렇기에 그는 그 작은 관심이라도 보이려고 노력했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어주지도 않고 말도 걸지 않았으나 토벌 대원들에게는 말을 걸고, 가끔 미소를 지어보이고, 화를 내기도 했다. 이유는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든 그는 토벌대원들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라고 보이려고 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니까, 동료이니까, 친구이니까.

 그게 다정함의 전부라고는 하지 않았다. 일부만 꺼내놓아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록시였다. 다정함이 전부이지 않아도, 그렇지 않아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줬던가. 아니,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기에 표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는 토벌대원들에게도 다정한 사람인가? 아닌가?에 대한 말들이 오르기도 했고 아니기도 했다. 정말로 다정했다면, 그 ‘록시’가 바뀌었다고 난리가 날 사람들이 많았을테니까.


 하얀 색의 단조로운 방패를 붉은 뱀이 감싸고 있는 문양이 대표 문양인 후작가로 현재의 가주는 아비가엘 L. 헤인즈.


 처음부터 그 가문이 페르비오스 제국의 후작 가문으로 존재하던 가문은 아니었다. 자작에서 후작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던가. 떠도는 소문으로는 … (중략) … 아무튼 지금은 가주의 자리에 록시라는 인간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았다. 3년전 갑작스럽게 그는 가주직을 내려놓겠다 선언하며 자신이 토벌대에 징집되어 있는 동안 자리를 지켜준 제 누이, 아비가엘 L. 헤인즈에게 모든 자리를 건네주고 다시 토벌대로 떠났다.


 …가 6년 전 있었던 일. 이후 4년 간은 매 휴가 때 마다 영지로 돌아가던 록시는 40살이 되던 해, 돌연 영지로 돌아가지 않으며 그 이름에서 등을 돌렸다. 록시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건 언제나 세상의 눈치에 집안이 힘들지 않기를 바란다며 말을 하지만, 그게 정말로 이유일까. 알음알음 들려오는 소문으로는 그 영지인들이 전부 그를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라본다고 했다. 언제는 그렇게 오지 말라고 성화였고, 언제는 그렇게 돌아오라고 성화를 부렸으면서, 결국 그에게 돌아간 것은 공포 어린 시선, 혐오가 가득 담긴 시선일 뿐이었다.


 록시는 그에 대해서 깊게 말을 하려 하지 않았다. 대화를 피하려고 입을 다물었고, 그 자리를 떠나거나, 다른 대화로 말을 돌리기도 했다. 소용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그 이야기를 들으려고 했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듣지 않으려고 그 말돌림에 넘어가주기도 했으니까. 

 원망을 한다면 원망할 수 있을까. 아무래도 무리이지 않을까. 록시는 자신의 집안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영지인들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했다. 자신에게 상처만 준 사람들이라고 할 지언정, 언젠가는 자신의 아래에 있던 사람이었으니. 그 사이 좋은 이들도 분명히 있었다. 자신에게 분명한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 미워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당신은 그러지 말았어야지.

나를 보는 시선이 그렇게 공포로 얼룩져서, 울지 말았어야지.

<록시 V. 헤인즈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편지 中>


 자주 말하기 전에 이마를 짚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행동인지, 아니면, 그냥 대화자체에 고민이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잘 보면 대부분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그런 행동으로 표시하는 듯 했다. 큰 고민에는 제 관자놀이를 짚은 채 눈을 감고 중얼거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제 누군가를 내려다본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토벌대원들에게나 애정 어린 시선이 조금씩 깃든다고 하지만, 그 외에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없는 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습관처럼 자리 잡았던 눈빛들도 이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토벌대원들은 동등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이들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몸 곳곳에 생채기 같은 상처들이 남아있었다. 손에도, 팔에도, 다리에도, 몸에도. 전부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달려든 덕에 생긴 상처들이나 다름 없었다. 그런 것들 덕분에 시야도 가끔 잘 안 맞는다. 누군가와 눈을 마주하고 말을 하는 것 같기도 한데, 묘하게 초점이 맞지 않는다. 눈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리 심하지는 않지만서도… 문제라면, 문제인 것이겠지. 


 몇 번이나 죽을 뻔 한 일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전투 방식을 바꾸지 않았다. 검을 쓰고, 총을 쓴다. 이는 변하지 않는 습관과도 같은 전투 방식이었다. 6년을, 그리고 또 거기서 얼마나 그 많은 것들을 사용했을까. 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도 그리 신경쓰지 않았다. 습관은 쉽게 고치기 어려우니까.


등록된 스탯이 없습니다.

WARDROBE